회사 살려보겠다는 게 뇌물죄로…누가 두산건설에 돌을 던질 수 있나 [경기도는 지금]

입력 2022-09-14 15:05   수정 2022-09-14 15:10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기남부경찰청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 뇌물제공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보완수사 결과를 지난 13일 검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두산건설이 성남FC에 낸 56억원의 후원금이 성남시가 분당구 정자동 분당두산타워(사진)이 들어선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준 것의 대가인 일종의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대표에게 쏠린 이목 때문에 경찰이 당시 두산건설 대표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함께 송치한 사실은 주목받지 못한다.

경찰은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들 중 두산건설을 제외한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5곳에 대해선 1차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가 없다고 봤다. 유독 두산건설 건에 대해서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이 대표와 두산건설 간의 관계는 이 대표가 성남 시장이던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건설이 당시 이 대표가 구단주이던 성남FC에 2014~2016년 56억원 가량의 광고 후원금을 냈고, 성남시는 2015년 7월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를 변경해줬다. 이 두 사건 간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게 경찰 수사의 요지다.
분당두산타워에 무슨 일이
이 건물은 두산 보유했던 의료시설 용지로 2020년말 분당두산타워가 들어섰다. 2015년 성남시의 용도변경 승인을 계기로 두산은 그룹 차원에서 돈을 모아 빌딩을 짓기 시작했다. 서울 동대문, 논현동 등에 퍼져 있는 계열사를 이곳으로 이동시켜 ‘집적효과’를 얻으려는 의도였다. 두산은 주요 계열사 다섯 곳을 이 빌딩에 입주시키겠다는 양해각서도 성남시와 체결했다. 성남시로선 용도변경을 해주고 대기업을 유치하려는 '복안'이었던 셈이다.

시공은 두산건설이 직접 맡았다. 하지만 당시 두산건설은 일산 제니스 미분양사태로 수조원의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수혈받는 등 자금난이 극심한 상황이었다. 계열사인 디비씨(현 두산프라퍼티)가 개발을 맡았다. 이후에도 외사와 그룹의 자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두산그룹은 알짜 기업들을 줄줄이 매각해야 했고, 이 건물의 '중간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2020년 건물을 완공한 뒤엔 분당두산타워위탁관리회사(리츠·REITs)를 만들어 건물 지분을 유동화했다. 현재 디비씨가 리츠 지분을 30% 남짓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1년 9월 투자보고서에 나타난 리츠의 자산가액은 6787억원이다.

두산건설 부지를 용도변경 해준 게 특혜에 해당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불과 수십억원 하던 땅의 가치가 용도변경을 통해 크게 불어났고, 유동화를 통해 수천억을 쥔 두산이 ‘먹튀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서울 톨게이트와 접해있는 분당구 정자동은 성남의 핵심지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와 서현역 일대에 비해 저평가 받고 있었다.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승인한 것에는 분당 지역엔 대형 병원이 적지 않다는 행정적 판단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건설로선 보유하고 있던 부지의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경영상의 활동이었고, 성남시도 정자동에 대기업을 유치하고 일대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일정부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결정적으로 각종 건설비용, 금융비용을 합쳐 두산측이 거둔 차익은 2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되는데 두산건설,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된 돈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두산그룹은 결국 두산건설 지분도 매각한 바 있다.

현재 이 건물에는 두산그룹 본사의 일부,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큐벡스,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관계사 7곳이 입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두산그룹이 이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며 자산과 기업 지분을 줄줄이 매각하는 가운데서도 계열사를 입주시키겠다는 약속을 거의 지킨 것이다.
3년 수사가 6개월 만에 '반전'
국민의힘 전신인 바른미래당은 2018년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수년간 이 사건을 들여다봐왔고, 지난해 9월 경기 분당경찰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를 새 정부가 들어선지 6개월만에 180도 뒤집은 것에 대해 정치적 의사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용도변경 시점과 두산건설이 디비씨로 지분을 넘겨 개발사업을 하던 당시에도 '특혜' 논란이 일었는데 성남시가 이를 방조했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성남시의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실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와 부동산금융업계에선 '개발 후 먹튀'라는 건 결과론일 뿐이며 당시 부동산 경기의 향방은 아무도 몰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산건설을 비롯한 두산 계열사들은 ‘생존’이 우선인 상황에서 분당빌딩 뿐 아니라 그룹의 심장이라고 여겨지는 동대문 두산타워(2020년 9월 8000억원) 등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경찰은 이번에 이 지사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실제 후원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간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 대표에게 공무원에 적용되고, 뇌물수수죄보다 포괄성을 띈 제3자 뇌물공여죄를 들고 나온 이유도 이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남FC가 구단주로서 외부 자금을 유치해야하는 이 대표의 당시 업무와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시장으로서의 직무 사이에 대가성 유무를 연결짓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유독 두산건설만을 꼬집는 게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남FC 관련 후원금 의혹에는 두산건설(42억원) 뿐 아니라 네이버(39억원)·농협(36억원)·분당차병원(33억원)·현대백화점(5억)·알파돔시티(5억5000만원) 등도 거론된 바 있다. 두산건설만 용도 변경의 특혜를 받았다면 성남에 본사를 갖고 있는 네이버, 마찬가지로 성남에 기반을 둔 분당 차병원, 수조원이 투입된 백현동 알파돔 일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알파돔시티자산관리 등도 성남시가 쥔 부동산 관련 인허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차병원, 알파돔시티 등은 두산건설 보다 훨씬 큰 경제효과를 성남시에 가져다준 업체들로 평가된다. 두산 입장에선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검찰은 이번 송치 결과를 토대로 두산건설 뿐 아니라 나머지 회사들의 부동산 인허가와 후원금간의 대가성 여부도 다시 들여다볼 방침이다.
정치에 흔들리는 기업들
재계와 부동산 금융업계에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지자체와 기업간의 오갔던 모든 계약이 들춰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과 지자체들은 지역 기반 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후원과 공장 이전, 본사를 옮기라는 요구를 적지 않게 한다. 특히 두산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탈원전 정책의 폐기가 공식화한 현 시점에선 전 정부에서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산업 정책이 바뀌고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반대로 지자체들이 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며 기업의 공장 신설, 본사이전을 유도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고, 지자체장이 기업에 각종 후원을 요구하는 것도 일상 업무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으로선 지자체장의 정책 방향과 회사의 이익에 맞춰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 정부는 물론,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과 지자체가 기업에 후원을 요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처벌하는 관행은 지속돼왔다"며 "때마다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기업은 어떤 의사결정도 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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